사용자 삽입 이미지
8일 경남 김해에 개관한 KT김해글로벌데이터센터에 다녀왔습니다. 김해데이터센터는 KT와 소프트뱅크텔레콤의 합작사인 kt-SB 데이터서비스(이하 ksds)에서 일본 기업들의 코로케이션 및 백업 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지어졌습니다.

예전 KT연수소로 쓰던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건축 비용 및 시간을 아꼈다는 것이 KT측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기업문화가 전혀 다른 한국과 일본
업체가 공동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다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서비스 대상이 일본 기업들이다 보니 더욱 그랬겠지요. 국내 기업 간에도 협력이 쉽지 않은데, 하물며 외국 기업 간에는 오죽하겠습니까.

이날 데이터센터 구축에 참여한 한 KT직원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직원들에 꼼꼼함(?)에 정말 놀랬었다고 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가 들려준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약 4가지 에피소드로 나눠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관식 행사에서 양 기업 임원들이 한국전통 ‘박깨기’에 이어 일본전통 ‘술독깨기’를 하고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두 기업의 모습에서 친밀감이 느껴집니다.

1. 볼트 규격까지 꼼꼼하게!

KT와 소프트뱅크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된 협의회를 현재까지 총 24회 진행했다고 합니다. 텔레프레즌스를 통한 화상회의는 물론 3주에 한번 꼴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전체적인 데이터센터 스펙과 공사 진행사항, 투자비용 등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사항을 협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이는 현재에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꼼꼼하게 하나하나 따지는 것에 많이 배웠다는 것이 KT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심지어 사용되는 볼트 길이, 두께 하나까지 일일이 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볼트 길이를 3미리로 해야 하냐, 5미리로 해야 하냐. 왜 그 두께로 해야 하느냐, 근거가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같으면 간단히 넘어갈 문제도 심각하게 전혀 신경 쓸 부분이 아닌 것까지 정했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운영 프로세스 매뉴얼 작성 역시 특유의 꼼꼼함이 잘 발휘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것을 작성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사소한 부문까지 구체화시키고, 중요하게 여겼다고 하네요.

그래도 일본 기업만의 독특한 풍토나 관습,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큰 논쟁 없이 잘 넘어갔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2. “이곳이 데이터센터임을 외부에 알리지 마라!”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건물의 외관에 큰 간판을 내겁니다. 그래서 외부인들은 그곳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몰라도 데이터센터라는 것은 압니다.

그런데 외국의 경우에
는 데이터센터도 일반적인 건물과 마찬가지로 보이게끔 별다른 표시를 해놓지 않습니다. 바로 보안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가 어떤 곳입니까.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의 중요한 데이터들을 저장, 관리,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외부에 노출될수록 위험은 커집니다. 우리나라 주요 공공기관들의 데이터를 모아둔 대전이나 광주의 정부통합전산센터 역시 이러한 이유로 센터 주소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립니다.

일본 데이터센터는 더 심하다고 합니다. 간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바로 옆의 아파트단지 주민도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 전혀 모릅니다.

따라서 이번 김해 데이터센터의 경우도 건물 밖에 간판이나 표시를 아예 없앴습니다.

또한 KT임원진들이 특히 강조
한 것이 “돌(대리석)로 장식하자 말라”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일본 소프트뱅크 데이터센터를 둘러보고 온 KT 임원이 무조건 실용적으로 꾸미는 한편, 일본고객들이 일본 데이터센터랑 유사한 느낌을 받도록 하라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김해 데이터센터 로비는 그야말로 휑했습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좀 낯선 측면도 많다”고 하더군요.

3. 유리 창구

일본 소프트뱅크 측
에서 요구한 것이 바로 유리 창구입니다. 일반적인 국내 데이터센터에는 센터 출입 전에 보통 안내원이 있어서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는 등 직접적인 대면 접촉을 하게끔 돼 있는데, 일본의 경우는 마치 전당포처럼 앞에 유리 창구가 있어서 손만 밑으로 왔다 갔다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일본 데이터센터가 그런 것처럼 김해 데이터센터도 유리 창구를 통한 출입 절차가 진행되게 됩니다.

4. “한번 결정하면 번복은 없다”

협의 과정은 힘들지만, 소프트뱅크의 경우 한번 결정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중했다는 뜻인데요. 대신에 바꿀 경우에는 굉장히 미안해했었다고 합니다.

특히 지진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얘기된 부분이었다고 하는데요. 초반에 소프트뱅크 측에서 자료를 요청하는데 한반도의 쓰나미 발생 빈도와 관련 데이터를 달라고 했었답니다.

KT 측에서는 당연히 “한반도에는 쓰나미가 발생한 적도 없고, 이곳(데이터센터)의 해발고도가 평균 85미터인데 여기가 잠기면 대한민국 전체가 잠긴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소프트뱅크 측에서도 이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다시는 쓰나미나 지진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전력에 관한 것이었는데, 최근 지어진 KT의 목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경우 고집적 고효율 운영 방침에 따라 서버 랙(캐비넷)당 공급되는 전력이 15킬
로와트(kw) 이상일 정도로 효율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에는 여전히 3kw 수준이기 때문에, KT가 김해 데이터센터의 서버 랙의 공급 전력을 그 중간인 6kw로 정했을 때 우려하는 측면이 많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일본 측의 의견대로 3kw로 정했는데, 소프트뱅크 쪽에서 KT의 목천 데이터센터를 둘러보고서는 “절반은 3kw, 나머지 절반은 6kw로 하자”고 다시 제의를 했다고 하네요.

오케이를 하고 다시 진행을 하는데, 이번에는 소프트뱅크쪽에서 “3kw, 3.5kw, 4kw, 4.5kw 등으로 다양하게 갖춰놓자”고 해서 결국은 다양한 요구 조건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KT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 계속 의견을 바꿔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정말 진심이 느껴졌다”며 “힘들긴 했지만, 이러한 경험은 KT가 향후 다른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2011/12/09 23:09 2011/12/09 23:09